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김치의 위력을 잘 아실 거다. 허구헌 날 느끼한 음식만 먹다가 김치 한 가닥이 입안에 들어갔을 때의 그 황홀한 맛이라니! 이 추억을 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라면만 있어도 든든했다. 김치라면이 있다면 아이구 황송해라!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정신줄 놓곤 했다.
김치맛이 조금만 들어간 컵라면만 있어도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 사는 모든 분들은 마음껏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와~ 이런 축복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김치의 고마움을 모른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냥 맛 있으니까 먹는다. 하지만 가끔씩 김치가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미국에 사는 이민 간 친척들과 친구들을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언제든 맘대로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 외국에서 조달되는 김치는 그리 좋은 김치가 아니다. 그나마도 없어서 못 먹는다.
그런데 나는 매일 대한민국 최고의 김치를 먹는다. 이 아니 행복할손가!
올해 우리 집은 김장을 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선물로 들어온 김치들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이웃에서 사귄 분이 시골 본가에서 담은 것이라고 먹어보시라고 큰 통으로 한 통을 보냈다.
친구가 전남 여수 지방 여행을 갔다가 여수 돌산 갓김치를 선물로 보냈다.
내년에 아흔이 되시는 어머니가 우릴 주려고 김치를 담아 보관해 두었다가 우리가 가니 챙겨 주셨다. 어머니께 얻어 먹는 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눈물 나는 김치다.
익산시 중앙동 서동시장 김여사네 반찬가게에서 단돈 6천원에 사온 생채 김치. 와우! 내 생전에 이렇게 맛 있는 생채 김치는 먹어본 적이 없다. 넘사벽 장인의 솜씨가 깃든 영혼을 달래주는 김치 클라쓰 되겠다.
가끔 담아 먹는 알타리 김치를 요즘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사다가 먹는다. 소비자가 있어야 농촌경제도 활발해질 듯하여 열심히 사다 먹고 있다.
나는 오이소박이도 좋아하고 열무김치도 좋아한다. 깻잎김치도 좋아하는데 이번엔 깻잎 장아찌로 대체해서 먹고 있다.
물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점심은 어머니가 주신 어머니표 김치로 찌개를 끓였다. 김치가 맛 있으니 찌개도 천상의 맛이다.
'솔뫼'라는 이름의 익산시 모현동에 가끔 가는 팥칼국수 전문 맛집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 있는 칼국수집이다. 한적한 길가에 있지만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늦게 가면 자리도 없다. 팥칼국수를 먹을 때 유일한 반찬은 김치다. 그런데 김치가 3종세트로 나온다.
심지어 내가 즐겨 찾는 파스타 집이 있는데 익산시 모현동에 위치한 Raracost 레스토랑이다. 헐! 파스타와 피자, 햄벅스테이크를 시켰는데도 김치가 나온다. 가성비가 최고인 레스토랑이다. 자주 갈 때는 거의 1주일에 한번씩 간다. 단 한번도 맛과 가격에 실망한 적이 없다.
중국이 한때 김치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겨 소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리즈치라는 중국인 유튜버가 '파오차이'를 만든다고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게 우리나라 김치였다.
누가 봐도 김치 만드는 장면인데 이것을 '파오차이'라고 소개하여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극우적인 민족주의에 쩔어있는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이 때를 기회라 여기고 김치와 한복의 기원이 중국이고 결국 종주국이라고 우겨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제정신을 가진 중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이알 첸이라는 네티즌은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김치는 배추로 담궈 특별한 맛을 내는 한국 음식이며 파오차이는 피클처럼 액체 속에 넣어 발효시키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스추안(四川) 지방에서 유래한 '파오차이(泡菜)'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다.
김치가 한국 음식임을 모르는 세계인은 없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4개 주와 워싱턴 디씨에서는 매년 11월 22일을 Kimchi Day로 선포하여 한국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김치는 우리의 자랑꺼리이며 우리 고유 음식 문화의 한 부분이다.
김치는 발효과정에서 비타민 A와 B1, B2, B6, 비타민 C, E 등 다양한 비타민들이 녹아나오고 유산균과 같은 유익균들이 만들어지는 식품과학적으로도 우수한 식품이다.
1주일 정도 숙성한 김치는 1g당 1억마리의 유산균이 들어있고 이후 50일까지는 계속적으로 증가한다. 젖산과 과산화수소, 이산화탄소 가스가 발효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여 강력한 항균효과를 가지고 있어 코로나 시대에 코로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프랑스 연구진의 발표도 있었다.
염분이 많은 것과 취식 후 냄새가 좀 난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일 수도 있으므로 김치를 먹을 때는 칼륨이 많이 든 과일류 같은 식품을 살짝 곁들여 먹고, 먹고난 후에는 입가심을 잘 해야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것 같다.
김치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표 음식이다. 맛있게 먹고 건강하자.
오늘도 김치가 있어 행복하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자, 다 같이 한 컷!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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