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10

노래 부르기와 힐링

언제부턴가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부른다. 컴퓨터 앞에서도 부르고 공원에 가서도 부른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7시 판소리 교실과 노래꽃교실을 다니면서 노래와 호흡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4월부터 시작했으니 딱 7개월째다. 멜로디스타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여남은 명의 회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때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골라 독창을 하기도 한다. 노래꽃교실을 다니기 전보다는 노래하기가 훨씬 부드러워졌고 부르는 노래들이 익숙해지다 보니 박자와 음정이 대체로 잘 맞는 듯하여 기분이 좋다.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노래는 고수 문화재 정철호 선생님이 작곡한 국악가요 '신아리랑'이다. 아리따운 이다은 선생님이 손수 적어준 악보와 창 녹음한 거를 올려본다. 수십 ..

일상다반사 2023.10.09

판소리를 배우면서

우리 집은 음치 집안이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노래하시는 걸 들었는데 정말 듣기 힘들 정도로 음치셨다. 어머니는 문학소녀였고 미술 재능은 뛰어나셨지만 음악 재능은 별로여서 한번도 노래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형제들 모두 거의 음치 수준이다. 막내가 그래도 노래 좀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무슨 절대음감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내 노래 실력은 교회를 다니면서 한때 상당한 경지(?)에까지 올랐었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노래 실력이 다시 바닥을 쳤다. 노래를 하고 싶은데 노래가 안 나온다. 내가 들어봐도 완전 음치로 회귀했다. 절망감 속에서 살아가다가 큰 결심을 했다. 판소리를 배워야겠다! 우연한 기회에 이다은 소리꾼 님을 알게 되었다. 탈렌트가 와서 울고 갈 정도의 미인이신데 한국판소..

일상다반사 2023.05.20

천일야화(千一夜話) 아라비안나이트를 읽고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 알라딘과 알리바바, 신밧드가 나오는 이야기.... 아랍어로는 '알프 라이라 와 라이라' أَلْفُ لَيْلَةٍ وَلَيْلَةٌ (Alf laylah wa laylah)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만 보던 아라비안나이트를 영역본으로 읽었다. 1909년 케이트 위긴과 노라 스미쓰가 편집한 350페이지 짜리 축약본이다. 원본은 380여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어마어마한 장편이지만 가장 재밌는 이야기 10개만을 뽑아서 20세기 초 미국의 독서 대중을 위해 고쳐쓰고 편집한 버전으로 읽었다. 읽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두 주에 걸쳐 시나브로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뜸 들여가며 읽었다. 다 읽고나니 이제 또 뭘 읽을지가 걱정이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6세기경 사산왕조 때 ..

일상다반사 2023.04.08

나의 소울 푸드 김치를 소개합니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김치의 위력을 잘 아실 거다. 허구헌 날 느끼한 음식만 먹다가 김치 한 가닥이 입안에 들어갔을 때의 그 황홀한 맛이라니! 이 추억을 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라면만 있어도 든든했다. 김치라면이 있다면 아이구 황송해라!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정신줄 놓곤 했다. 김치맛이 조금만 들어간 컵라면만 있어도 온 세상을 얻은 듯 행복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 사는 모든 분들은 마음껏 김치를 먹을 수 있다. 와~ 이런 축복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김치의 고마움을 모른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냥 맛 있으니까 먹는다. 하지만 가끔씩 김치가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미국에 사는 이민 간 친척들과 친구들을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언제든 ..

일상다반사 2022.12.07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 완창 공연을 보고

여덟살부터 판소리를 배워 김세종제 춘향가를 성우향 명창으로부터 전수 받은 소리꾼 이다은 님이 있다. 그동안 다양한 공연을 하며 활동해 오면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무려 13시간 동안 연창하며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기도 한 용기와 기백이 넘치는 소리꾼이다. 나는 이다은 님의 찐팬이다. 산책을 나갔다가 대로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익산의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판소리 공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연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드디어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했다. 많은 분들이 진즉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국악평론가 조동준 님의 해설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길어야 한 두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웬걸 장장 네 시간이나 이어지는 깜놀 공연이었다. 내 평생 이렇게 긴 시간 무슨 공연을 본 적이 있었던가 ..

일상다반사 2022.11.29

영어 토론방 Quora를 소개합니다

영어 토론방 '쿼라'를 알게 되어 활동한 지가 어언 1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30개 정도의 글을 올렸고 무수한 댓글을 달며 의견이 다른 네티즌과 더러 싸우기도 했다. 편리하게도 내 이름 글자를 누르면 그동안 내가 올렸던 글 컨텐츠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통계가 좍 나온다. 그래도 제일 인기(?)가 있었던 글은 맨 아랫줄에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생활수준에 대한 비교' 글인 듯싶다. 20만 6천8백 뷰를 기록하고 682개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100개의 댓글이 달렸다. Quora에 들어가서 'Do South Koreans have a standard of living...?' 질문을 치면 아마 내 글을 찾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는 인기(?)가 덜하지만 나름 재미있게 포스팅한 글은 위 항목들..

일상다반사 2022.10.22

2000년대 초반 내가 읽은 책들

대략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내가 읽은 책들 목록이다. 주로 영문 책이다. 우리말 책들도 많이 읽고 싶었지만 영문 책에 주력하다 보니까 그러지를 못했다. 사실은 우리말 책 가운데 빠진 것들도 많다. 잡지류나 가벼운 소설류는 빠진 것 같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Charles Handy의 The Age of Paradox, Michael Crichton의 Jurassic Park, Henry David Thoreau의 Walden, Bill Bryson의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James Frey의 A Million Little Pieces, Douglas Hofstadter의 Gödel, Escher, Bach: an Eternal Go..

일상다반사 2022.10.19

은은한 풍미에 건강에도 좋은 아침식사

젊은 시절 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하루 세끼를 양식만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아침 식사(breakfast)는 점심(lunch)이나 저녁(supper)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디너는 하루 중 가장 걸게 먹는 식사를 가리킨다. 대개는 저녁밥이 되지만 Christmas Day dinner처럼 아침 11시쯤 먹는 디너도 있다.) 젊은 친구들은 켈로그나 프로스트 같은 시리얼(cereal)을 보울에 담아와 우유에 개어 먹는다.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은 베이컨이 들어간 계란 요리에 홍차를 마신다. 아이들은 팬케이크에 꿀이나 버터를 발라 자몽쥬스와 같은 과일쥬스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팬케이크도 즐겨 먹었지만 반숙, 완숙, 써니싸이드업(sunny-side up), 스..

일상다반사 2022.10.11

아! 정선아리랑!

국악을 잘 몰랐던 때가 있었다. 서양음악이 감미로와서 그 음악만 줄창 들었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들었고, 비발디의 '사계'를 들었고, 베르디의 가극 나부코에 나오는 이탈리아인의 국민가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 매료되어 들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을 듣고 그 천재적인 표현력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기도 했다.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모짜르트의 교향곡 40번 사단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모두들 아름답고 귀가 호강하는 듯한 음악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국악에 빠지다 보니 서양음악은 뒷전이 되었다. 판소리가 좋아졌고 이날치 밴드와 악단광칠, 이자람씨의 소리가 듣기 ..

일상다반사 2022.10.09

다시 찾아간 50년 전 그 책방

50여년 전 나는 익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서울에서 살다가 익산으로 낙향하여 은퇴 후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최근 우연히 길을 가다 책방을 보게 되었다. 대한서림?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시절 아버지께 돈을 타서 중고생 교양도서 목록에 나온 책 세 권을 샀던 일이. 책 세 권의 값은 그 시절 올망졸망한 우리 5형제를 먹이고 공부시켜야 하는 우리집 살림살이엔 쉽게 내줄 수 없는 큰 돈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 선뜻 그 큰 돈을 내주신 아버지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책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사간 책 이름은 우리말로 잘 번역된 그리고 서포 김만중의 였다. 중학생이었던 내게는 시경과 논어는 우리말 번역조차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틈나는 대로 열심히 논어와 시경을 ..

일상다반사 202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