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은은한 풍미에 건강에도 좋은 아침식사

제이콥KS박 2022. 10. 11. 09:21

젊은 시절 미국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하루 세끼를 양식만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아침 식사(breakfast)는 점심(lunch)이나 저녁(supper)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디너는 하루 중 가장 걸게 먹는 식사를 가리킨다. 대개는 저녁밥이 되지만 Christmas Day dinner처럼 아침 11시쯤 먹는 디너도 있다.)

 

미국 대학 캠퍼스 카페테리아 배식 모습

젊은 친구들은 켈로그나 프로스트 같은 시리얼(cereal)을 보울에 담아와 우유에 개어 먹는다.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은 베이컨이 들어간 계란 요리에 홍차를 마신다. 아이들은 팬케이크에 꿀이나 버터를 발라 자몽쥬스와 같은 과일쥬스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팬케이크도 즐겨 먹었지만 반숙, 완숙, 써니싸이드업(sunny-side up), 스크램블드(scrambled), 오믈렛 등 다양한 계란 요리에 토마토, 오렌지, 자몽 등 다양한 과일쥬스를 번갈아 가며 한번씩 맛보았고, 바쁠 때는 조그만 소시지 한 개에 야채쥬스 한 잔으로 아침을 떼우고 바나나나 사과 하나를 집어들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곤 했다.

 

이 정도 양이면 배고플 때 왕창 갖다 먹는 아침식사 되겠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밥과 국으로 아침 식사를 죽 해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한식 아침식사가 위장에 부담이 되는 것을 느꼈다. 가끔씩 속쓰림이 느껴졌다.

 

아내가 정성껏 차려준 식사와 급이 같은 아침식사의 모습

그래서 개발한 것이 내 나름의 퓨전 아침 식사다.

 

벌써 몇년째 아내의 도움 없이 아침마다 내가 만들어 먹는 나만의 아침 식사’를 소개한다. 준비하는 데 7~8분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습관이 되고나면 귀찮거나 번거롭지 않다.

 

일단 아우라는 다음과 같다.

 

요구르트 없이 먹는 버전의 아침식사

준비하는 법: 

 

1)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낸다: 양배추, 방울토마토, 호두나 아몬드 슬라이스, 건포도, 건생강, 찐 땅콩, 사과. (최대한 미리 꺼내두면 차가운 기운을 최소화할 수 있어 좋다.)

 

2)      밥그릇보다 좀 더 큰 보울을 꺼내 놓고, 밖에 놓아둔 그래놀라 시리얼과 건다시마 조각 봉지에서 적당량을 취하여 보울에 덜어 넣는다. 건다시마는 가위로 최대한 잘게 썰어 넣는데 이유는 치아와 위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래놀라 시리얼에 건다시마 조각, 호두, 건생강, 건포도가 들어간 모습

3)      호두나 아몬드 슬라이스 한 숟갈, 건생강 두세 쪽, 건포도 10~20알, 찐 땅콩 10-20알 정도를 넣는다.

 

4)      방울토마토를 최대한 작게 슬라이스로 자르고, 양배추 역시 최대한 작게 슬라이스로 자른 것을 보울에 넣는다. 섬유질이 강하기 때문에 치아와 위장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얇게 자르자는 것이다.

 

양배추를 잘게 잘라 넣은 모습-이보다 더 얇게 썰어도 좋다

5)      바나나가 있으면 바나나 반 조각을 슬라이스로 썰어 넣고, 오렌지가 있으면 오렌지를 까서 조각을 위에 얹는다. 아보카도가 있다면 역시 슬라이스로 넣어도 좋다.

 

6)      100ºC로 팔팔 끓인 물을 되직하게 보울에 붓는다. 물의 양은 보울에 담긴 내용물이 자작하게 차오르기 직전까지가 좋다.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은 살균과 양배추 같은 질긴 섬유질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끓는 물을 부은 모습

7)      사과를 깎아 엷은 슬라이스로 자른 것을 보울 표면에 띄운다.

 

8)      요구르트가 있으면 사과 표면 위에 요구르트 적당량을 붓는다. (나는 가끔씩 그릭 요거트를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는다.) 

 

사과 슬라이스 위에 그릭 요거트를 얹은 모습

9)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한 술씩 뜬다. 

 

취향에 따라, 전체 내용물 위에 아가베시럽, 메이플시럽 같은 시럽을 한두 스푼 넣어도 좋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시럽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나는 대부분 시럽을 넣지 않고 먹는다.

 

내용물이 풀어질 때까지 1-2분 정도 기다렸다가 먹어도 좋다.

 

양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모닝빵 한 개에 땅콩버터나 잼을 발라서 함께 먹어도 좋고, 떡 한 개를 렌지에 덥혀서 함께 먹어도 좋다.

 

요구르트를 부을 때는 접촉면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바나나나 사과 슬라이스를 중앙부에 얹어 놓고 그 위에 살짝 요구르트를 부어준다.

 

땅콩은 지역 농산물 마켓에서 생땅콩을 봉지로 사다가 찜통에 30분간 찐 것을 20분 정도 건조시킨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시 꺼내어 하루에 스무알 정도를 먹는다.

 

생땅콩을 찜통에 넣고 찐 것_1만원어치를 사서 찌면 대략 보름 정도 먹을 수 있다

껍질채 먹어야 영양분을 최대로 섭취할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먹는 땅콩은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이런 아침식사는 과연 이점이 있을까?

 

많다!

 

첫째, 맛이 훌륭하다. 특히 건포도 바나나 등의 은은한 향과 당도도 먹기에 아주 좋고, 조금 들어갔지만 생강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고급스러운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둘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한 달만 먹으면 살이 빠진다. 내 경우는 전혀 힘들지 않게 2kg이 빠졌다.

 

셋째, 다들 느끼셨겠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 과일이 많이 들어가 전체적으로 달달하여 웬만한 밥과 국으로 먹는 아침 식사보다 더 든든하다.

 

넷째, 소화가 잘 되고, 치아와 위장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치아 건강과 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누구의 도움이 없이 나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좋다. 솔직히 아내의 신세를 지지 않아서 편하고 덜 미안하다.

 

What you eat is who you are! ‘무엇을 먹느냐가 곧 그 사람이다’. 인생은 식사가 중요하다. 나는 한식을 좋아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이 똑같은 것은 싫어한다. 

 

영어 토론방 Quora에 들어가 보니 전 세계 사람들은 다양하게 아침식사를 만들어 먹고 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를 한번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https://www.quora.com/What-do-non-Americans-typically-eat-for-breakf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