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다시 찾아간 50년 전 그 책방

제이콥KS박 2022. 10. 1. 09:34

50여년 전 나는 익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서울에서 살다가 익산으로 낙향하여 은퇴 후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최근 우연히 길을 가다 책방을 보게 되었다.

책방 대한서림의 리모델링된 모습 그러나 50년 전엔 위치도 달랐고 옆으로 밀고 들어가는 유리문 책방이었다

대한서림?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시절 아버지께 돈을 타서 중고생 교양도서 목록에 나온 책 세 권을 샀던 일이.

 

책 세 권의 값은 그 시절 올망졸망한 우리 5형제를 먹이고 공부시켜야 하는 우리집 살림살이엔 쉽게 내줄 수 없는 큰 돈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 선뜻 그 큰 돈을 내주신 아버지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책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사간 책 이름은 우리말로 잘 번역된 <논어> <시경> 그리고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였다.

그때 샀던 책은 세월과 함께 지금 사라지고 없지만 이 비슷한 모습의 동양고전 책이었다

중학생이었던 내게는 시경과 논어는 우리말 번역조차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틈나는 대로 열심히 논어와 시경을 읽었고 사씨남정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게 아마도 후일 내가 책을 사랑하게 되고 독서를 취미로 삼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책방에 들어가보니 옛날 서점보다는 훨씬 더 공간도 넓고 책도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서가마다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찾는 책은 없었다. 할 수 없이 주문을 하고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책이 왔다는 문자를 받고 다시 책방으로 버스를 타고 가 책을 받아왔다.

 

김지하 시인의 시집 <흰 그늘>과 <유목과 은둔>이다.

시는 조금씩 읽어야 맛이다. 일단 <흰 그늘> 시집의 서시 '나'를 읽었는데 너무 좋다. 두번이나 발품을 팔았던 일이 전혀 아깝지 않다. 기회가 되면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