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전 나는 익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서울에서 살다가 익산으로 낙향하여 은퇴 후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최근 우연히 길을 가다 책방을 보게 되었다.
대한서림?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시절 아버지께 돈을 타서 중고생 교양도서 목록에 나온 책 세 권을 샀던 일이.
책 세 권의 값은 그 시절 올망졸망한 우리 5형제를 먹이고 공부시켜야 하는 우리집 살림살이엔 쉽게 내줄 수 없는 큰 돈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 선뜻 그 큰 돈을 내주신 아버지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책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사간 책 이름은 우리말로 잘 번역된 <논어> <시경> 그리고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였다.
중학생이었던 내게는 시경과 논어는 우리말 번역조차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틈나는 대로 열심히 논어와 시경을 읽었고 사씨남정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게 아마도 후일 내가 책을 사랑하게 되고 독서를 취미로 삼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책방에 들어가보니 옛날 서점보다는 훨씬 더 공간도 넓고 책도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서가마다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찾는 책은 없었다. 할 수 없이 주문을 하고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책이 왔다는 문자를 받고 다시 책방으로 버스를 타고 가 책을 받아왔다.
김지하 시인의 시집 <흰 그늘>과 <유목과 은둔>이다.
시는 조금씩 읽어야 맛이다. 일단 <흰 그늘> 시집의 서시 '나'를 읽었는데 너무 좋다. 두번이나 발품을 팔았던 일이 전혀 아깝지 않다. 기회가 되면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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