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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나온 여인

침략으로 제국을 건설한 로마나 그리스 문명과 마찬가지로 중동 문명권도 오랜 기간 동안 피지배지역에서 잡아온 노예들을 사고 파는 노예시장이라고 하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오토만 제국의 제2대 왕 오르한 가지는 3명의 그리스 출신 첩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피정복지에서 데려온 처자들이다.  아랍 세계를 정복하고 유럽의 상당 부분을 정복한 오토만 제국에는 각국 노예들이 넘쳐났고 노예들 가운데는 여자 노예들도 많았다. 노예는 하나의 상품이었고, 마치 물건처럼 각자의 쓸모에 따라 값이 정해졌다.  이런 시대문화적 배경 속에서 나온 우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 아랍의 어느 술탄이 노예시장의 한 여자 노예가 다른 노예의 백배 값에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값을 매겼는지 궁금해진 술탄은 사..

나무늘보에게 배운다

나무늘보는 나무가 우거진 중앙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지에 서식한다. 나무늘보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고 느린 동물이다. 영어로는 sloth라고 하는데 'slow'라고 하는 형용사의 느낌을 떠올리는 이름이다. 실제로 이 이름은 고대영어 slæwth에서 나왔는데 원래 뜻이 '느림'(slowness)이다.  나무늘보는 연한 회갈색 털을 지녔지만 이끼류가 털위에 붙어 서식할 수 있어 이런 녹조류가 많이 부착되면 털 색깔이 녹색 톤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숲속에서의 위장에 엄청 도움이 된다. 나무늘보는 신진대사가 느려도 아주 많이 느려서 극단적으로 적은 양의 먹이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하루 식사로 나뭇잎 세 장만 먹어도 되고, 응가는 1주일에 한 번만 하면 된다.  나무 위에서 먹이도 먹고, 잠도 자고, ..

자연과 생태 2024.07.31

한자를 모르면 안 되는가?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아온 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한자로부터 자유로운 문자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우리는 평소 별로 실감하지 못한다. 일본은 한자(칸지)를 병기해 온 오랜 관습 때문에 문자를 디지털화 하는 데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힘든 언어생활을 하고 있다.  한자가 유일한 문자언어인 중국과 대만, 홍콩 역시 디지털 시대에 한자라는 복잡한 표의문자 언어 시스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영어나 한글과 같은 표음문자의 편이성을 내심 엄청 부러워한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어렵게 배운 '이기다'라는 단어가 있다. 赢자다. 赢了 赢了!  "이겼어! 이겼어!" 할 때 쓰는 단어다. 컴퓨터 화면에서 이 글자를 치고 싶으면 우선 알파벳으로 ying..

언어 사랑 2024.07.15

ChatGPT를 통한 우리말 '새띈' 공부

ChatGPT, 대체 넌 누구냐? 시를 읽다가 '새띈'이란 형용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야 새띈 매화장(梅花粧)인가' 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매화장은 매화잠처럼 옛 시절 여인들이 경사스러운 날에 머리에 매화를 꽂아 치장하던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진짜 매화를 꽂을 수도 있고.... 인공 장식을 꽂을 수도 있다. "새띈 매화장'....! 그렇지 않아도 난해한 시인데 한가운데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새띈 매화장'이란 말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니 '새띄다'라는 우리말 형용사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었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심훈(1901-1936)의 '영원의 미소'라는 소설에 여자의 목소리를 묘사하는 형용사로 쓰인 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새띈 여자의 목소리는 층층대로 따..

언어 사랑 2024.04.18

김지하 시인의 시 '유목과 은둔'을 읽고

적적하던 차에 책꽂이에 꽃힌 시집을 꺼내어 김지하 시인의 시를 한 편씩 읽어나갔다. 그 중에 '유목과 은둔'이라는 표제시가 눈에 들어왔다. 유목과 은둔 의리(義理)가 낮은 샘가에 피묻은 채 머물고 온 허공에 수만 가지 꽃, 꽃들이 어지러이 피어 어찌 나갈까 저 먼 쓸쓸한 바다까지 가 마침내 내 두 아이를 만나 기어이 데리고 돌아올까 유목과 은둔의 집이여 오랜 내 새 집에. 사유와 리듬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잘 썼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의리(義理)가 왜 나왔지? 꽃들이 왜 나왔지? '저 먼 쓸쓸한 바다'는 도대체 어디지? 데리고 돌아올 '두 아이'는 누구지? '유목과 은둔의 집'은 도대체 어떤 의미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시의 여백에 생각이 미치는 데까지 낙서를 해나갔다. 우리..

언어 사랑 2024.03.22

노래 부르기와 힐링

언제부턴가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부른다. 컴퓨터 앞에서도 부르고 공원에 가서도 부른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7시 판소리 교실과 노래꽃교실을 다니면서 노래와 호흡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4월부터 시작했으니 딱 7개월째다. 멜로디스타 노래방 기기를 틀어놓고 여남은 명의 회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때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골라 독창을 하기도 한다. 노래꽃교실을 다니기 전보다는 노래하기가 훨씬 부드러워졌고 부르는 노래들이 익숙해지다 보니 박자와 음정이 대체로 잘 맞는 듯하여 기분이 좋다.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노래는 고수 문화재 정철호 선생님이 작곡한 국악가요 '신아리랑'이다. 아리따운 이다은 선생님이 손수 적어준 악보와 창 녹음한 거를 올려본다. 수십 ..

일상다반사 2023.10.09

맨발 걷기와 자연친화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하여 열흘 전부터 맨발 걷기를 해보았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는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 중 한 분에게 물어 보았다. "맨발로 걸은 지 얼마나 되셨어요?" 수줍어 하시며 6일째라고 답하신다. "건강에 특별히 도움이 되셨나요?" 아직은 모르겠고 한 달 정도 하면 좋아진다고 하여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는 50세인데 온몸이 자꾸 아파서 이거라도 하면 좋아질까 하여 희망을 가지고 해본다고 한다. 맨발 걷기가 열풍이다. 유튜브에 들어가보면 다양한 콘텐츠들이 맨발 걷기를 만병통치의 건강 운동이라고 선전한다. 인공지능 chatGPT에게 물어봤더니 맨발 걷기가 다리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고 지압 효과가 있는 것은 맞으나 땅바닥에서 음이온이 나와서 우리 몸의 ..

자연과 생태 2023.09.01

동양고전 맹자와 주역을 읽고

언제부터인가 다석 류영모 선생님을 존경해 왔다. 최근 다석의 육성 강의 녹음을 정리하여 해설을 붙인 《다석 마지막 강의》란 책을 읽게 되었다. 선생님의 깊은 사상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우리의 타고난 천성의 바탈, 마음, 우리의 속알을 길러야 한다. 이 세상에 나온 인간은 모두가 다 '아들'이다. 우리 모두가 예수 같은 '아들'이 될 수 있다. 예수는 그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아들 노릇 잘 해라!'라고 부르짖었을 뿐이다. '아들'은 참나이고 '얼로 솟은 나'이다." 선생님은 강연에서 맹자를 강추하셨다. 맹자는 깊고 깊다고. 얼을 통해 사물을 궤뚫어 보는 형형한 눈이 있다고. 그래서 《맹자》를 읽었다. 읽는 동안 맹자의 거침 없는 행보와 유연한 사유, 그가 꿈..

도마복음서를 읽고

2차대전이 끝나던 1945년 12월 이집트 마그 함마디에서 항아리에 밀봉되어 묻힌 지 약 1600년만에 콥트어로 기록된 도마복음서가 기적적으로 발굴되었다.  밀봉되었다는 것은 이 문서를 가지고 있다가 들키면 이단으로 몰리고 사형으로 이어지는 종교재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문서의 가치를 생각할 때 소지는 해야겠고 또 후대에 남기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인적이 드문 깊은 동굴 속에 고이 고이 봉해 두었던 것 같다.  도마복음서는 그렇게 1600여년을 땅속에 묻혀 있다가 우연한 손길이 닿아 기적처럼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이보다 반세기 전인 1897년 이집트 옥시링쿠스에서도 다양한 초기 기독교 파피루스 문서들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1번과 654번, 655번의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가 나그..

봄꽃 여름꽃 향기에 취하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가는 곳마다 꽃이 만개하여 향기와 정취를 뽐낸다. 매일 아침 배산공원을 가는데 입구에 장미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 30여 종의 각색 장미가 산책 나온 시민들을 반긴다. 장미 화원에는 팬지꽃도 심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익산시의 중앙체육공원에는 더 넓고 화려한 장미 꽃밭이 펼쳐진다. 작년엔 구경을 갔었는데 올해는 시간이 없어 못 가보았다. Daum 카페에 마침 관련 포스팅을 한 글이 있어 소개해 본다. 나홀로 사진 일기 | 익산중앙체육공원장미. 갤럭시s20울트라. 2023. 5. 24. 수요일. - Daum 카페 익산중앙체육공원장미. 갤럭시s20울트라. 2023. 5. 24. 수요일. 아래사진부터는 부안외곽도로가 장미사진. cafe.daum.net 나는 향기 ..

자연과 생태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