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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우리말 신조어 '썸 타다'

신비한 우리말에 '봄 타다' '가을을 타다'라는 동사가 있다. 이걸 영어로 번역하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타다'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보면 무려 뜻이 아홉 가지나 되는 다의어(polysemous word)다. 대표적인 의미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1. 불에 타다. 2. 햇볕에 타다. 3. 말을 타다. 4. 산을 타다. 5. 설탕을 타다. 6. 곗돈을 타다. 7. 복을 타고 나다. '봄 타다'라는 말의 뜻은 봄철에 입맛이 없어지거나 봄기운 때문에 마음이 들뜨는 것을 의미한다. '타다'라는 말에는 기본적으로 '어떤 조건이나 시간, 기회 등을 이용하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봄이나 가을을 타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 의미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 신조어 '썸 타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무슨 말..

언어 사랑 2022.11.24

배산공원 생태탐방(Nature Walk on the Baesan Trail)

배산공원은 익산시 모현동에 위치한 공원이다. 배산 올레길과 배산체육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산이 왜 배산이냐?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옛어른들 말씀에, 배산은 평야지대 익산에 어느 날 홍수가 나서 바위산 하나가 떠내려 왔는데 홍수가 멈추자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 배산이 되었다고 한다. 배산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곳이다. 가는 길이 여러 길이 있지만 나는 아파트 사이로 조성된 실개천 오솔길로 간다. 가는 길이 수목으로 우거져 있어 배산 올레길까지 한 바퀴 휙 돌고 오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갔다 올 때마다 엄청 힐링이 되는 명품 산책 코스이다. 배산은 초등학교 시절 전교생이 소풍을 왔던 추억의 장소다. 학교 운동장에서 출발, 신작로길을 따라 길 양옆으로 줄을 맞춰 걸어와 어머니..

자연과 생태 2022.10.27

책 속에 길이 있었네

어린 시절 이상하게도 나는 책이 그렇게 좋았다. 책이 귀하던 시절 우리 집엔 책이 거의 없었고, 가끔씩 책 한 두권이 동네를 떠돌아다녔다. 의적 일지매, 어사 박문수, 로빈슨 표류기, 햄릿, 이솝 우화집, 예수님과 양 그림이 표지에 나와 있는 요한복음 쪽복음 책, 찢어진 만화책 등등. 닥치는 대로 책이란 책은 사그리 빌려와 읽어치우곤 했다. 재미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잘 사는 집 아이들 집에 갖춰 놓은 위인전집이 왜 그렇게 부러웠던지! 배 타고 떠나는 콜럼버스, 다재다능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 등등. 우리 집엔 그런 여유가 없었다. 문학전집 같은 건 언감생심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찌어찌 해서 우리 집에 굴러들어온 한국문학전집 몇 권에 대한 추억이다. 거기엔 김..

순우리말 '수나롭다'와 '사랑옵다'

알면 알수록 아름다운 순우리말! 그 우리말이 잊혀져 갈까봐 오늘도 낱말 두 개를 뽑아 소개해 보려 한다. 우리의 언어생활 속에서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사용했으면 해서다. 첫번째 낱말은 '수나롭다'인데 ‘어떤 행위나 상태가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품사는 형용사이고 '수나롭게'라는 부사형으로 많이 쓰인다. 다른 예문을 보자. 1. 걱정 마시오. 혼담이 수나롭게 진행되고 있소. 2. 공부를 좀 했더니 그의 시를 읽기가 훨씬 더 수나롭네. 3. 머리를 쓰면 쓸수록 수나롭게 돌아간다고! 4. 일이 수나로와져 가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마시게. 다음으로는 '사랑스럽다'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사랑옵다'를 뽑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의 동의어이자 형용사로 ‘생김새나 하는 짓이 사랑을 느낄 정도..

언어 사랑 2022.10.24

영어 토론방 Quora를 소개합니다

영어 토론방 '쿼라'를 알게 되어 활동한 지가 어언 1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30개 정도의 글을 올렸고 무수한 댓글을 달며 의견이 다른 네티즌과 더러 싸우기도 했다. 편리하게도 내 이름 글자를 누르면 그동안 내가 올렸던 글 컨텐츠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통계가 좍 나온다. 그래도 제일 인기(?)가 있었던 글은 맨 아랫줄에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생활수준에 대한 비교' 글인 듯싶다. 20만 6천8백 뷰를 기록하고 682개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100개의 댓글이 달렸다. Quora에 들어가서 'Do South Koreans have a standard of living...?' 질문을 치면 아마 내 글을 찾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는 인기(?)가 덜하지만 나름 재미있게 포스팅한 글은 위 항목들..

일상다반사 2022.10.22

소라산 습지공원 생태탐방 (Nature Walk on Sorasan Marsh Park)

소라산 습지 생태공원은 익산시 남중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원이다. 하지만 환경부장관 상을 받을 만큼 생태계가 잘 보존된 모범 생태공원이다. 가볼 때마다 힐링을 체험하는 공원이라서 많은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포스팅을 한다. 중간 중간 영어가 들어가 있는데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라 혹시라도 생태에 관심 있는 미쿡 사람이 들어올까 하여 영어로 토를 달았다. 내가 사는 모현동 아파트에서 주로 걸어서 가는데 대략 50분 정도 걸린다. 혼자 가기도 하고 샌드위치와 콜라를 싸가지고 아내와 함께 다녀오기도 한다. 익산경찰서 쪽으로 방향을 잡고 배산로로 올라와서 동서로를 타고 동남쪽으로 배산사거리, 북부시장 사거리를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소라산 공원이다. 가는 길엔 도심에서 보기 힘든 논도 볼 수 있다. ..

자연과 생태 2022.10.20

2000년대 초반 내가 읽은 책들

대략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내가 읽은 책들 목록이다. 주로 영문 책이다. 우리말 책들도 많이 읽고 싶었지만 영문 책에 주력하다 보니까 그러지를 못했다. 사실은 우리말 책 가운데 빠진 것들도 많다. 잡지류나 가벼운 소설류는 빠진 것 같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Charles Handy의 The Age of Paradox, Michael Crichton의 Jurassic Park, Henry David Thoreau의 Walden, Bill Bryson의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James Frey의 A Million Little Pieces, Douglas Hofstadter의 Gödel, Escher, Bach: an Eternal Go..

일상다반사 2022.10.19

감동을 주는 역사 속의 세 인물

우연한 기회로 역사 속의 세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우연한 기회는 내게 큰 행운이었다. 1800년대 중엽 조선 말기 격동의 시대, 이 땅에서 토종 개벽(開闢)사상을 이끌어냈던 최제우 선생과 갖은 어려움 속에서 경전을 간행하며 동학을 정립시키고 포덕(布德)하는 일에 헌신했던 제자 최시형. 그리고 이들의 가르침을 통해 가슴에 품은 혁명(革命)의 결기를 실천으로 옮기며 동학농민항쟁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관아에 잡혀 들어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의로운 사람을 끝까지 쫓아 잡아다 죽이는 정부. 그 불의한 정부가 바로 조선이었다. 이 민족의 예수와 같고 바울과 같고, 베드로와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왜 그렇게 죽여야 했을까? 이해할 수 없고 한없이 부끄럽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

고즈넉한 익산(益山)의 공원들

공원이 선진국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생각한다. 영국 런던에 갔을 때 공원이 1,700개나 있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기가 죽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익산에 내려와 살고 있는 지금은 별로 부럽지 않다. 잘 조성되고 가꿔진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익산은 시내 중심부의 14개 동과 외곽에 있는 14개의 면과 1개 읍으로 구성된다. 군과 시가 통합되어 새롭게 행정을 개편한 익산시는 위 행정구역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동들이 많이 있다. 주현동, 갈산동, 목천동, 만석동, 현영동, 신용동, 석왕동, 용제동, 신흥동, 석암동, 금강동, 석탄동 등이다. '보석의 도시' 익산은 28만 명 '보석' 같은 시민들의 보금자리이다. 나는 북서부에 위치한 모현동에 살고 있다. 내가 하루 세번 이상 드나드는 공원이 있다...

자연과 생태 2022.10.14

조금은 어렵고 복잡한 언어 이야기

언어란 무엇일까? 말 안 해도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쉬운 질문이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답하기란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딱부러지게 이거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좀 어렵지만 평생 공부해 온 것이기에 그래도 최대한 쉽게 언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확고한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고 다른 동물 종들과 대비하여 월등하게 생존력을 높일 수 있었던 언어의 사용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와 더불어 꾸준히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동물의 의사소통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도구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언어는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가장 배우기 쉽고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처리를 할 수 있는 도구로 진화해 왔다. 인류는 이 언어라는 마법적인 도구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침팬지의 20명 남짓한 집단을 뛰..

언어 사랑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