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생태

맨발 걷기와 자연친화

제이콥KS박 2023. 9. 1. 11:34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고 하여 열흘 전부터 맨발 걷기를 해보았다.

 

숲속 황톳길 맨발 걷기_중국어로는 光着脚走(광저쟈오조우)라고 한다^^ '광저쟈오'가 맨발이고 '조우'가 걷는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barefoot walking 또는 earthing이라고 한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걷는다.

 

배산공원 등산로 산책하러 나오신 분들 중 절반 가량이 맨발로 걷는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 중 한 분에게 물어 보았다. "맨발로 걸은 지 얼마나 되셨어요?" 수줍어 하시며 6일째라고 답하신다.

 

1주일째 맨발 걷기를 하며 배산 등산로를 일주하는 50대 아주머님의 걷는 모습

"건강에 특별히 도움이 되셨나요?" 아직은 모르겠고 한 달 정도 하면 좋아진다고 하여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이는 50세인데 온몸이 자꾸 아파서 이거라도 하면 좋아질까 하여 희망을 가지고 해본다고 한다. 

 

맨발 걷기가 열풍이다. 유튜브에 들어가보면 다양한 콘텐츠들이 맨발 걷기를 만병통치의 건강 운동이라고 선전한다.

 

맨발 걷기를 홍보하는 다양한 콘텐츠들_이런 동영상들이 수십 개가 올라와 있다

인공지능 chatGPT에게 물어봤더니 맨발 걷기가 다리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고 지압 효과가 있는 것은 맞으나 땅바닥에서 음이온이 나와서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준다는 등 기적의 효과들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못을 박는다.

 

내 경우 열흘 정도 맨발 걷기를 해본 결과 건강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내 몸은 그저 그런 상태다. 특별히 좋아진 것도 없고 나빠진 것도 없다. 다만 발바닥에 지압이 많이 되어 기분 좋게 화끈거린다. 맨발로 걷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지개벽할 정도로 달라진 게 있다!

 

맨발 걷기를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지금 느끼고 있다. 발바닥 촉감으로!

 

이런 풀밭을 걷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까맣게 잊고 살았다!
산속 오솔길의 이끼를 밟았을 때의 느낌은 '부드럽게 까실거린다!'
포장된 등산로를 걸으면 까칠까칠하다 못해 따끔따끔거린다_물론 기분 좋게 따끔거린다

그동안은 하루 한 시간 정도 산책을 나가면서 시각과 후각으로만 자연을 만났다.

 

산책로를 따라 심겨진 나무들 중 하나인 감나무_주렁주렁 열린 감을 보는 내 눈이 즐거웠다
흰꽃 배롱나무 옆을 지나가면 꽃향기가 그윽하다_내 코가 호강을 한다

맨발 걷기를 하니 세상과 자연이 촉감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낙엽을 눈으로만 봤는데 이제는 촉감으로 감지한다_차갑고 얄포름하고 상큼하다!

 

등산로 배수구 도랑에 찰랑거리는 물_질척거리면서도 산뜻하다!
소나무 뿌리를 밟는 느낌도 무척 낯설고 새롭다! 소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가장 기분 좋은 감촉은 질 좋은 황토 흙을 밟았을 때이다.

 

촉감이 너무 좋다보니 너도 나도 발자국들을 남겼다^^

 

적당한 습기가 있는 흙도 밟는 기분이 좋다!
지압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자갈밭도 있다_단련이 되어서인지 아프지 않고 걸을 만하다^^

맨발 걷기가 다 끝나면 공원내 음수대에서 발을 씻는다. 이때의 기분도 참 좋다!

 

음수대에 잡초들이 무성하다! 발을 씻다가 잡초를 밟으며 촉감을 즐기기도 한다!

맨발 걷기로 발바닥이라는 감각기관을 활성화시키다 보니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내가 알지 못하던 세상을, 내가 알지 못하던 자연을 다시 발견한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신발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와! 신발을 신으니 이렇게 편하구나! 세상에나 운동화라는 것을 대체 누가 만들었지?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자연을 느끼는 느낌의 폭이 커졌다. 자연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바뀐 것 같다.

 

자연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아, 눈으로만 보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 밟아서 느끼는 또 다른 세계가 있구나!

 

오늘도 내일도 맨발로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발바닥에 침을 맞는 것 같은 통증은 하루만 고생하면 끝난다. 둘째 날부터는 알아서 적응이 된다. 

 

edit: 오늘이 맨발 걷기 15일째인데 손가락 관절염이 씻은 듯이 낳았다. 새끼 손가락 중간마디에 거의 1년간 원인 모를 통증이 있었는데 어제부터 신기하게 안 아프다. 그동안 약도 바르고 벼라별 수를 다 써봤는데도 효과가 없더니 이틀만에 기적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약을 쓴 것도 아니고 병원을 간 것도 아니다. 유일한 변수는 맨발로 걸었다는 것뿐이다.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