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공원은 익산시 모현동에 위치한 공원이다. 배산 올레길과 배산체육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산이 왜 배산이냐?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옛어른들 말씀에, 배산은 평야지대 익산에 어느 날 홍수가 나서 바위산 하나가 떠내려 왔는데 홍수가 멈추자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 배산이 되었다고 한다.
배산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되는 곳이다. 가는 길이 여러 길이 있지만 나는 아파트 사이로 조성된 실개천 오솔길로 간다. 가는 길이 수목으로 우거져 있어 배산 올레길까지 한 바퀴 휙 돌고 오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갔다 올 때마다 엄청 힐링이 되는 명품 산책 코스이다.
배산은 초등학교 시절 전교생이 소풍을 왔던 추억의 장소다. 학교 운동장에서 출발, 신작로길을 따라 길 양옆으로 줄을 맞춰 걸어와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먹고 갔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정상에 올라가면 멀리 군산 앞바다가 보인다고 해서 기를 쓰고 올라가 봤더니 희뿌연 안개만 끼어 있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바다는 잘 안 보인다.
중학교 때는 소나무 잎을 갉아먹는 송충이를 잡으러 전교생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 때는 소나무마다 정말 송충이가 바글바글 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익산으로 돌아온 후로 수도 없이 배산공원을 찾았다.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산책로라서 부지런히 다녔다. 여름철엔 거의 매일 한 시간 운동을 하러 이곳에 왔다. 그동안 틈틈이 찍어둔 사진을 토대로 배산의 생태를 소개해 볼까 한다.
배산에는 아름다운 수형을 지닌 소나무들이 많이 서 있다. 수령이 100년은 넘었음 직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다.
배산 올레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와 더불어 신우대 군집이 배산 생태계의 우점종을 이루는 것을 본다. 어렸을 때는 이 조릿대를 '신이대'라고 불렀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편백나무 숲도 조성해 놓았다. 이 곳에 오면 숨쉬기가 편해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침엽수말고도 갈참나무와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 참나무류와 오리나무, 산벚나무, 밤나무 같은 활엽수도 많이 서 있다.
키큰 나무가 많고 숲이 좋아서인지 뻐꾸기, 방울새, 개개비, 직박구리, 물까치, 참새, 곤줄박이 같은 새들도 와서 서식하고 있고 다람쥐와 청솔모도 산다.
숲 바닥엔 우리나라가 원산인 줄사철나무가 잘 자라고 있고 양치류인 고사리도 군락을 이루었다.
봉우리를 넘어가면 양지바른 곳에 묘지와 연방죽이 보인다.
연방죽을 둘러싼 언덕엔 요즘 보기 힘든 나팔꽃이 한창이다.
그 옆엔 앙증맞은 여우팥이 자리하고 있다.
며느리배꼽도 군락을 이루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닭의장풀'이라고 부르던 달개비와 큰강아지풀이 보이고 그 뒤로 꺼멓게 말아올라간 소리쟁이, 맨오른쪽엔 방동사니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잡초들이다.
능선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가파른 바위 언덕들이 나오고 드디어 정상이다.
산을 내려와 체육공원 쪽으로 가다 보면 외곽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장미 꽃밭들이 있다. 지금은 꽃이 졌지만 5월말부터 6월초까지 형형색색의 장미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공원 바로 앞의 '서아마을'과 인근 아파트촌엔 느티나무, 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대왕참나무, 꽃사과, 복자기, 때죽나무, 마로니에 등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자란다.
봄철엔 매화, 산수유, 목련, 벚꽃, 조팝나무, 수수꽃다리, 라일락꽃이 만발하고 봄까치꽃과 광대나물을 필두로 제비꽃, 갈퀴나물, 붉은병꽃나무, 뽀리뱅이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다투어 핀다. 군데군데 노란꽃창포와 금계국, 데이지 꽃들이 노랑과 하양 색색의 꽃들로 자태를 뽐낸다.
여름철엔 광나무, 가막살나무, 황금쥐똥나무, 자귀나무 꽃이 피다 지금은 진 상태이고, 10월 현재 여기저기 배롱나무 꽃만 붉게 피어 있다.
아파트의 여름 정원엔 달리아, 백일홍, 천일홍, 크레오메, 해바라기, 채송화, 맨드라미, 참나리꽃 등 정겨운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배산공원 앞 서아마을 정원에 능소화, 분홍낮달맞이꽃, 송엽국, 수레국화, 큰금계국이 아직도 피어 있다. 늦여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만난 범부채와 글라이올러스의 예쁜 모습이다.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종의 다양성(biodiversity)에 비하면 예전 종의 반의 반도 안 남아있는 것 같다. 식물 생태는 물론이거니와 숲에 들어갔어도 그 흔하던 개구리 한 마리 안 보이고, 메뚜기 한 마리 안 보이는 것을 보니. 그 수많은 곤충들, 풀무치와 여치, 방아깨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왕잠자리 한 마리만 어디선가 날아와 바쁜 듯 쌩하고 지나간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자연이 보존된 게 어디냐! 이만큼이라도 우리가 누릴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배산 올레길 생태탐방! 이만하면 됐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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